top of page

연구자의 덕목: 목표(目標) 의식



김태영 |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kimtaeyoung@gist.ac.kr



시작과 마무리의 어려움: 열역학적 관점


시작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말로서“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또한 이 속담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어렵 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어 려운 이유는 이미 해 오던 방식과는 다르게 일을 하려면 적 지 않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마지막 고개 를 넘기기가 가장 힘들다.”라는 속담도 있다. 어떤 일이든 지 끝까지 마무리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일을 시작하면 서 벌여 놓은 것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결과물로 만들어 내 기 위해서도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 떤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잘 마무리하는 것도 모두 쉽게 처리하기 어려운 임무이다.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하기가 어려운 이유를 열역학적 관 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화학 반응의 자발성을 따지는 깁스 자유 에너지(Gibbs free energy) 변화, ΔG는 일정 한 온도에서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어떤 새로운 화학 반응이 일어나려면 원래 있던 결합을 끊기 위한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한 것처럼. 새로운 일을 시 작하려면 기존의 상황과 다른 배치와 조합을 만들어내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새로운 시작은 에너지가 투입 되어야 하는 양의 엔탈피 변화(ΔH>0)가 일어나는 과정으 로, 이는 자유 에너지를 증가하는 요인(ΔG>0)이 되기 때 문에 자발적으로 일어나기 힘들다. 반면에 진행하던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은 일어날 수 있는 가능한 경우의 수를 줄여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음의 엔트로피 변화(ΔS<0)가 일어 나게 된다. 그런데 음의 엔트로피 변화 또한 자유 에너지를 증가시켜서(ΔG>0) 자발적으로 발생하기 어렵다. 결론적 으로 열역학적 관점으로 살펴보면 새로운 일의 시작은 양 의 엔탈피 변화로 인해서, 하던 일의 마무리는 음의 엔트로 피 변화 때문에 자발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최종적으로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시작과 마무리의 비자발성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의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마무리의 중요성


영어에서도“Well begun is half done.”혹은“A goodbeginning is half the battle.”와 같이 시작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격언들이 있다. 그런데 이 영어 문장들은 우리 속 담인“시작이 반이다.”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영어 표현에서는 무언가를 무작정 시작하는 것만으로는 부 족하고,‘좋은’시작을 해야 일의 절반을 한 것이다. 그럼 어떻게 시작해야 좋은 시작이 될까? 우리가 무슨 일을 시 작하는 이유는 보통 어떤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거나 결과 를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이런 맥락에서 좋은 시작이란 일 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출발이다. 즉 좋은 시작이 중 요한 이유는 좋은 결과를 내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좋은 시작이 일의 성패를 결정하는 절반의 요인이라면, 나머지 절반의 요인은 좋은 마무리이다. 좋은 시작은 원하 는 결과를 얻기에 적절한 출발을 의미하기 때문에, 좋은 시 작이라는 말에는 이미 좋은 끝마무리에 대한 의미가 내포 되어 있다. 이렇게 따지면 좋은 시작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사실 제대로 된 마무리를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아무리 시작이 좋았더라도 마무리가 제대로 되 지 않으면 일의 성과를 얻기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목표 의식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좋은 끝마무리를 짓는 게 중요하다. 연구의 시작은 여러가지 새로운 아이디 어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연구의 시작 단계에서 처음 만들 어지는 계획과 구상들은 이전에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았 던 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구체성과 실현 가 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적 지 않은 실패를 겪기도 하고, 처음 예상과는 다른 결과에 좌절하기도 한다. 연구를 하는 중에 맞닥뜨리는 실패와 좌 절을 이겨내어 원하는 성과를 내고 연구를 잘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뚜렷한 목표(目標) 의식을 가져야 한다. 목표 의식은 어떤 목표를 향해 뜻을 세우고 이를 이루려고 하는 적극적인 신념이다. 목표 의식은 어떤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제공하고, 일이 어디로 향해 나 아가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준다. 분명한 목 표 의식은 일을 진행하면서 겪게 되는 시련에 쉽게 절망하 지 않고, 중도의 포기 없이 끝까지 최종 목적지까지 다다를 수 있게 해주는 큰 원동력을 제공해 준다.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에 노출되기 쉬운 연구자가 도전을 멈추지 않고 꾸준 히 연구에 매진하여 연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는 목표 의식이 꼭 필요하다.



목표 설정 및 관리


목표 의식이 연구를 수행하는‘이유나 목적’에 대한 설 명이라고 할 때, 그 목표를‘어떻게’설정하고 관리하는 지 도 원하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영향을 미치는 중요 한 요소가 된다.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목표 설정 및 관리 방법으로서 1981년에 George T. Doran이 제시한 SMART 기법이 있다.1 SMART 기법의 알파벳 각각은 Specific,   Measurable,   Assignable,   Realistic,   Time- related의 첫 글자를 나타낸다. 이 다섯 개의 단어가 효과 적인 목표 설정 및 관리와 어떻게 연관되는지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목표 설정은 구체적(specific) 이어야 한다. 가

령 어떤 화학 분석법의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연구를 진행 한다고 할 때, 분석법과 관계되는 여러 분석 단계 중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를 개선시킬 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목표가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문제가 생겼을 때 대책을 마련하고 해결 방안을 찾는데 유리하다. 다음으로 목표는 측정 가능하도록(measurable) 설정되어야 한다. 측정할 수 있는 지표나 기준이 제시된 목표에 대해서는 일의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분명한 규칙 을 정할 수 있어서, 좀 더 객관적인 방법으로 일의 진척 상 황을 측정하고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목표의 어떤 부분을 누구에게 할당할 수(assignable) 있을지 정해 야 한다. 현대의 과학 연구에서 단독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공동 연구를 진행할 때는 최종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분화한 후, 각 세부 목표를 누가 담당할 지를 명확히 정 해야 한다. 이렇게 공동 연구원 각자의 임무가 분명히 나누 어지면 일의 진행 상황과 여부를 파악하기가 훨씬 수월해 진다. 네 번째로 목표는 달성 가능할 정도로 현실적(real- istic)이어야 한다. 너무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를 세우면 반 복되는 실패로 인해 좌절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목표를 향 한 지속적인 동기 부여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너무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하게 되면, 비록 목 표한 것을 얻더라도 만족할만한 성취감을 얻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실적인 목표는 연구자의 능력과 의욕 등의 내적 요소와 연구 환경 및 지원 수준 등을 포함하는 외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쉽게 이룰 수는 없지만 가용 자원을 이용하여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이다. 현실적인 목표 설정에 기반한 연구 성과의 달성과 그로부터 얻게 되는 성 취감은 연구자가 지속적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는 데 큰 밑거름이 된다. 마지막으로 연구 목표 달성에 대한 기한이 정해져(time-related) 있어야 한다. 학점 또는 학기에 따 라 시간이 정확히 정해져 있는 수업과는 달리, 연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정해진 마감 시간이 없다. 만약 연구의 목표 달 성 기간이 제시되지 않았으면 연구의 진척 상황을 파악하 기가 어렵고 일의 진행이 지연되기 쉽다. 반면에 최종 목표 완료 기한이 정해지면, 이 시각을 기준으로 매달 혹은 분기 별로 단계별 세부 목표를 수립해서 그 목표들의 완수 여부 를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목표 달성 기한을 정해 놓으면 마 감 시각에 대한 내적 압박감을 지렛대 삼아 연구의 진행이 늦춰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성과 달성을 위한 목표 의식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목표 의식에는 성실(誠實)함 이 필요하다. 여기서 성실하다는 말은‘열심히 진심을 다 해야 한다’는 의미로서, 연구자가 근면(勤勉)하고 진실(眞 實)되어야 한다는 뜻이다.‘勤勉’에서‘勤(부지런할 근)’은 소리를 나타내는‘菫(진흙 근)’과 뜻을 나타내는‘力(힘 력)’이 합쳐진 형성자로서, 진흙 밭에서 힘써서 일하는 것

을 의미한다. 그리고‘勉(힘쓸 면)’역시 소리를 나타내는 ‘免(면할 면)’과 뜻을 나타내는‘力(힘 력)’이 합쳐진 형성 자로서,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힘쓰는 것을 나타 낸다. 즉‘근면’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있는 힘 껏 노력하는 것을 표현한다. 또한‘眞實’은‘참된(眞) 열매 (實)’를 의미하는데, 은폐나 왜곡을 제거하고 드러나는 꾸 밈없는 사실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두 번째로 목표 의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향한 집념(執念)을 가져야 한다. 집념은‘한 가지 생각이 머리 속 에서 맴돌며 떠나지 않는 것’을 뜻하는데, 연구자가 인내 (忍耐)하고 지속(持續)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忍 耐’에서‘忍(참을  인)’은‘刃(칼날  인)’과‘心(마음  심)’이 어우러진 형성자로서,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을 견뎌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耐(견딜 내)’는 수염을 본 떠 만든‘而(말이을 이)’와 손가락을 뜻하는‘寸(마디 촌)’ 이 합쳐져, 손으로 수염을 뽑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을 나타 낸다. 따라서 무언가를‘인내’한다는 말은 단순한 참음을 넘어 극심한 고통을 이겨내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持 續’은‘어떤 상태를 계속해서(續) 유지하는(持)’것을 의미 해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꾸준함을 표현한다. 정리하자면, 연구자가 연구 과정 중에 목표 달성에 대한 의식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실함과 집념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연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성실해야 된다 는 말은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거짓 없이 연 구에 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연구 목표를 향한 집 념을 지녀야 한다는 것은 연구 과정 중에 겪게 되는 쓰라린 실패의 고통을 견뎌내고,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를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1. Doran, G, T. (1981).“There’s S.M.A.R.T. way to write management’s goals and objectives.”Management Review, 70 (11): 35-36.








김태영 Tae-Young Kim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는 동안 성과 달성을 위한 목표 의식을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적인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목표 의식에는 성실(誠實)함 이 필요하다. 여기서 성실하다는 말은‘열심히 진심을 다 해야 한다’는 의미로서, 연구자가 근면(勤勉)하고 진실(眞 實)되어야 한다는 뜻이다.‘勤勉’에서‘勤(부지런할 근)’은 소리를 나타내는‘菫(진흙 근)’과 뜻을 나타내는‘力(힘 력)’이 합쳐진 형성자로서, 진흙 밭에서 힘써서 일하는 것


• 서울대학교 화학과, 학사(1993.3-1999.2)

• 서울대학교 화학과, 석사

(1999.3-2001.2, 지도교수 : 김희준)

• Indiana University 화학과, 박사

(2002.1-2009.9, 지도교수 : James P. Reilly)

• California Institute of Technology 박사 후 연구원 (2009.9-2010.9, 지도교수 : Jesse L. Beauchamp)

• University of California at Los Angeles 박사 후 연구원 (2010.9-2012.2, 지도교수 : Peipei Ping)

•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조교수(2013.3-2016.2)

• 광주과학기술원 지구·환경공학부 조교수, 부교수(2016.3-현재)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