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새로운 것을 배우면 늙지 않는 뇌를유지할 수 있다


 

  <화학세계가 만난 화학자>에서는 대한민국 화학계에 공헌한 화학자와의 인터뷰를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는 KIST 미래융합전략센터 소장이신 임혜원 박사님(책임연구원)을 모셨습니다. 박사님께서는 화학과 신경생리학을 전공하시고 신경과학 분야를 선도하고 계시며, KIST 신경과학연구단장, 대외협력본부장, 한국뇌신경과학회 회장, 한국연구재단 국책본부 뇌첨단의공학단장, 과기부 국가과학기술심의회 바이오특위 위원을 역임하였습니다. 지금은 KIST 미래융합전략센터 소장과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임혜원 박사님의 연구 및 그 외 다양한 면모를 소개합니다.

  [모더레이터: 이준석 교수(한양대학교 화학과)]




1. 박사님께서는 서울대에서 화학 석사 학위를 받으시고 시카고 대학에서 뇌과학의 한 분야인 신경생 리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습니다. 화학과 뇌과학은 얼핏 전혀 다른 분야라고 생각되는데요. 화학전공 자들에게 뇌과학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화학과 제가 전공한 뇌과학의 신경생리학은 전혀 다른 분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가 뇌과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는 너무 재미있게 들었던 대학교 3학년 생화학강의로 시작되어, 세로토닌, 도파민 같은 작은 화합물인 신경전달 물질들이 우리 뇌의 감정, 기억, 공포심들이 조절될 수 있다는 신경생화학(neurochemistry) 강의를 듣고 흥미를 느껴 뇌과학으로 전공을 결정하였습니다. 여러 학문의 기술들로 연구되어야만 하는 뇌과학은 대표적 융합학문으로 뇌의약학, 치매의 아밀로이드 및 타우단백질 PET 조영제 개발과 같은 뇌영상 프로브개발 등 다양한 화학분야가 뇌과학과 관련성이 높습니다.



2. 학위를 받으시고 KIST에서 신경과학 분야로 200편이 넘는 논문과 54건의 등록특허도 가지고 계실 만큼 오랫동안 한 분야를 연구하셨는데요. 정부출연연구소, 대학, 그리고 회사 연구소의 역할이 다 르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출연연구소와 다른 기관과의 차이점은 어떤 걸까요?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또는 회사연구소 등 다른 기관과의 차이점은 개인적으로 두 가지로 크게 구별지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KIST를 포함한 정부출연연구소는 개인의 관심 연구가 아닌 국가가 필요로 하는 국가적 아젠 더의 연구를 해야 하고 그것들이 대한민국이 빠른 시간내에 산업화되고 선진국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러면“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연구를 못하는가?”하고 질문할 수 있는데, 실험실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연구도 할 수 있고 그런 분야 연구 결과는 향후 새로운 연구영역을 개척하는 seed로도 활 용됩니다. 두 번째 차이점이자 장점은 집단 연구를 할 수 있어 개인이 할 수 없는 연구비 및 거대장비가 투입되 는 좀 더 스케일이 크고 장기적인 연구를 집중적이며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연구뿐만 아니라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 이사,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과 회장을 하시는 등 여성 과학기술인 간의 소통과 네트워킹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계십니다.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셨나요?


저는 대한화학회 종신회원이면서 저의 주 전공분야인 한국뇌신경과학회에서 10년간의 재무이사, 사무총장, 학회장 등의 활동을 하면서 연구자간의 네트워킹 활동이 연구 및 과학기술인 간의 소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성분야에서도 위의 말씀하신 활동들을 하면서 30년 역사의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에서 제 15대 회장으로 선출되어 올해부터 2년간의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특히 이러한 네트워킹을 통해 한국연구재단 뇌첨단의공학단이 신설되었을 때 초대 PM으로 선임되어 저의 전공 및 네트워킹을 활용한 연구사업 기획, 평가, 예산작업 등을 통해 관련분야의 예산 및 성과를 증가시킬 때 보람이 있었고, 좀 더 대중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배워서 대중 강연을 할 때도 매우 보람이 있었습니다.



4.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융합정책을 뒷받침하는 조직인 미래융합전략센터 소장을 맡고 계신데요. 화학전공자들에게 융합 R&D의 방향성에 대해서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제 과학의 발전방향은 점점 더 융합성이 강조되어 현재까지 난제인 기술을 해결하거나, 새로운 미래기술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연구를 위해 공부해야 하는 분야도 다양해야 함과 동시에 연구의 목표도 학문의 융합성이 수반되는 창의적인 목표이어야 하므로 다양한 분야를 통합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 지만, 이종 분야간의 공동연구를 통해 내가 잘 모르거나 못하는 부분을 빨리 배우고 흡수하는 좀 더 열린 연구자 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5. 박사학위를 받은 화학전공자들에게 정부출연연구소는 선호도가 매우 높은 직장입니다. 박사님께서는 KIST에서 여러 보직을 하시면서 인사에도 참여를 많이 해보셨을 텐데요. 정부출연연구소가 바라는 인재상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실제적으로 보직을 하면서 인사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했습니다. 국가의 세금으로 미래에 투자하는 정부출연 연구소에서는 우수한 연구 업적과 가능성·비전을 가진 인재를 원합니다. 그러나 KIST에 지원한 많은 우수한 분들 중 채용이 안되거나 향후 입사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 이유는 실제 KIST에서 바라는 인 재상은 우수한 연구업적과 함께 프로젝트별로 연구가 진행되므로 좀 더 타인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분으로 향후 리더가 되기 위해서 선임연구원때부터 연구에 애착을 가지고 책임감있게 일할 수 있는 인재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6. 박사님께서는 많은 제자들을 양성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박사님 머릿속에 떠오르는 제자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연구소이기 때문에 대학처럼 많은 학생들은 양성할 수 없지만, 현재 24명이 제 연구실에서 학생 및 박사 후 연구원으로 배출되었고 그 중에 5명이 대학교수, 1명이 출연연 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숫자에 비해 아주 좋은 결실이고 제가 학생들에게 해준 약속으로 석사과정에 제1저자인 논문을 쓸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본인들이 노력했을 경우 그 약속을 어긴 적은 없습니다. 인상깊은 제자로는 첫 번째 제자로 현재 한양대에 재직중인 이동윤 교수로 제 실험실에 아무것도 없을 때 와서 실험실 세팅하고 열심히 연구한 제자로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실험노트가 다 닳아 낱장이 날아가지 않게 실로 묶어 놓고, 아직도 실험실에는 이동윤 교수가 ‘Dr.Rhim’s lab’이라고 레이블링한 실험기구들이 남아있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석사 과정 중에 항상 속내를 보이지 않고 조용하며 걱정스러웠던 친구인데 나중에 보니 항해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그때는 열심히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 ‘과학자로는 진로로 가는 것이 맞나?’하면서 진로를 고민했던 시기라고 했고 나중에 자기의 적성을 찾아 지금은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을 보면 학위과정에 왔지만 모두 다 전공자는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7. 화학공부를 열심히 해나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화학은 어는 분야로도 적용성이 많으니 화학이 전공이 좀 맞지 않아도 고민하시지 말고 주어진 공부에 열심히 하면서 저처럼 가슴이 뛰는 분야를 만나면 좀 더 공부하면 좋겠습니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현재 제가 맡고 있는 KIST 미래융합정책센터 소장으로 근무하면서 20명 정도 직원을 채용하고 관리해 본 관리자로 세상을 대하는 MZ 세대들에게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비정규, 물경력 등 부정적인 면들이 많지만 그런 것들을 너무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말고, 어떤 분야이든지 본인이 최선을 다 하는 모습으로 일하고 비록 가끔씩 앞이 보이지 않아도 한 분야에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그 길이 열리는 경우 를 많이 보았기에 좀 더 professional하게 살기를 부탁드립니다.




8. 화학연구를 열심히 해 나가고 있는 신진/중견 화학 연구자에게 조언의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 신진/중견 화학 연구자들 다 열심히 연구를 너무 잘하고 계셔서 특별한 이야기는 없지만, 모두 R&D 예산 삭감으로 연구실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모두가 힘든 상황이겠지만 잘 이겨가시기를 바라고 혼자 힘으로 힘들 때는 선후배와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우리 모두 잘 이겨내기 바랍니다.



9. 연구이외에 삶에서 후배들이나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화학연구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KIST 한 직장에서 26년을 보냈고 이제 정년은 5년 남았습니다. 얼 마전 내가 은퇴를 하면 무엇을 해야 하나? 내가 일 없이 살 수 있을 까? 생각하면서 우울한 시절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우울했던 시 기들을 잘 넘기고 지금은 너무나 많은 취미생활이 있어 행복합니다. 일단 블로그 글쓰기, 그림 그리기, 옷 만들기, 피아노 치기 등 취미 부자가 되었습니다. 혹시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은퇴 전이거나 은 퇴를 준비 중 이신 분들은‘인간의 뇌는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면 늙지 않는 뇌를 유지’할 수 있으니 본인이 관심있는 것들을 배우면서 연구이외의 새로운 취미들을 만들기를 뇌과학자로 강력히 추천드립니 다. 이러한 저의 전공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에는‘늙지 않는 뇌’라는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강연도 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연락 부탁드립니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