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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빛낸 화학자 ⑩

한만정(韓萬靖) 아주대학교 교수(1935~)


한만정 교수님은 경남 하동군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셔

서(1935)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화학과를 졸업하셨다

(1960). LG화학의 전신인 락희화학공업사에 근무하시다

가 당시 서독의 Mainz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유기화학

전공으로 Diplom을, 고분자화학 전공으로(지도교수 W.

Kern) 자연과학 박사학위를 받으셨다(1970). 졸업 후 미

국 Michigan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지도교수 C.

G. Overberger) 연구하시다가 유치과학자로 초빙되시

어(1973) 국방과학연구소에 근무하셨고, 이후 ㈜송원산

업 기술중역을 거쳐 1978년에 아주대학교 공과대학 공

업화학과 교수로 취임하셨다.

당시 뷰렛 몇 개와 적외선분석기 한 대 정도가 있을

뿐인 열악한 연구 환경에서 실험실을 꾸며가며 연구를

시작하셨다. 제자들에게는 옛날 독일 교수들의 학문에 대

한 열정적인 태도와 교육방식을 규범으로 유기 및 고분

자 합성 기술을 숙달케하였는데, 이는 후에 제자들이 창업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교수로서 풍부한 산업체연구 경력을 겸비하셨기에 대기업 연구소장이나 국책연구소 소장으로의 초빙이 있었으나 이를 사양하고, 대학

에서 연구에 몰두하셨다.

교수님께서 수행하신 연구의 주요 과제들은 축합중합반응속도론, 핵산유사체, 생활성 고분자, 엔자임 모방체 등으로, 교수님께서 합성고분자의 구조 제어와 생체기능성의 규명에 많은 관심을 가지신 것을 알 수 있다. 연구 논문들은 주로 고분자화학 분야에서 발생하는 원리적인 물음에 답을 하고 있지만, 교수님께서는 연구 결과의 산업적 이용에도 큰 관심을 갖고 계셨으며 산업화에 성공한 예도 다수 있다.

비교적 적은 수의 대학원생들로 이루어진 연구실을 운영하면서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열악한 환경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많은 국내 연구자들에게 큰 자극과 희망을 주었다. 아래에 주요 연구결과들을 정리하였다.

1) 축합중합 반응속도론의 확립(1979): 고분자의 중합반응은 연쇄중합(라디칼중합)과 단계중합(축합중합)

으로 나눈다. 연쇄공중합 반응속도론은 1944년 Mayo에 의하여 확립되었으나 단계공중합 반응속도론은 1922년 고분자화학이 성립된 후 50년동안 난제로 남아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단일반응속도상수, 교차반응속도상수, 반응성비, 공빙조성비 및 조성 diagram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수식들을 이론 적으로 유도하고, 합성한 모노머 4쌍을 단계공중합 반응을 시키어 유도한 식들이 성립됨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이로서 단계공중합의 반응속도론이 확립되어 고분자의 양대 중합반응속도론이 완성되었으며, 이 연구결과는 그 중요성이 인정되어 Comprehensive Polymer Science(Pergamon Press, 1989)에 5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수록되어 있다.

2) 폴리에스테르(PE)와 폴리우레탄(PU)의 국산화(1975): 산업체 재직 시(1976-1977) 전량 수입되고 있던 합성피혁용 PE와 PU의 국산화를 시도하였다. 에스테르화 반응의 새로운 촉매(반응시간을 1/7로 단축)를 발견하고, 이를 사용하여 PE 6종을 생산하였다. PE와 PU의 구성성분들의 비율을 조정하여 1액형, 2액형, 표피 및 내피 또는 표면처리용 등에

적합한 합성피혁용 PU용액의 제조조건을 확립하였다. 이 기술로 년간 PE 2,500톤, PU용액 6,000톤을 생산하여 합성피혁제조업체에 공급하였고 제조기술을 동남아에 수출하였다.

3) 탄수화물고분자의 핵산분해효소(Nuclease)작용 발견(1997): 고분자의 구조와 성능과의 관계를 연구하던 중 Ribose 고리를 가진 탄수화물고분자들이 핵산가수분해에 효소작용을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고분자의 구조를 변경시켜 가면서 효소 효과를 측정하여 유효작용기를 밝혀내고 모델반응을 이용하여 효소작용의 작동기구를 규명하였다. 본 연구전

까지 알려진 RNA와 Protein Nuclease 이외에 Carbohydrate Nuclease가 새로이 발견된 것이다. Chemical & Engineering News에서 본 연구에 대한 세계 석학 3명의 comment를 받아 1페이지에 걸쳐 그 특이함과 중요성에 대하여 논평하였다(Feb. 17, 42, 1997).

4) 핵산유사체의 합성과 그 거동 및 반응에 관한 연구(1990): 새롭게 개발한 중합 반응기구인 환형성교환 공중합을 이용하여 인산기가 C-C 결합으로 대체된 DNA 유사체들을 합성하였다. 이들을 이용하여 염기중첩 시 그 정도와 방향에 따른 UV 흡광도의 변화, 온도변화에 따른 염기짝짓기 정도와 Tm, 천연핵산과 헬릭스 구조의 형성, 용매 및 온도변화에 따

른 광학적 성질의 변화 등을 측정하였고, 돌연변이의 원인이 되는 탈푸린 및 탈피리미딘 반응 등의 속

도를 측정하였다.

5) 표적고분자항암제의 설계와 합성(1978): 항암효과가 있는 고분자사슬에 저분자항암제와 유도제를 결합시키는 방법으로, 암조직까지 유도된 후 각 구성성분으로 분해되어 항암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표적고분자항암제를 설계한 후 합성하였다. 항암고분자사슬 14종을 합성하여 그중 항암효과가 가장 큰 PAMA를 선택한 후 저분자항암제(5FU)와 유도제

로서 Chlorophyll 유도체(잠분에서 추출, 암조직에 대량 축적됨)를 PAMA에 결합시켰다. 종양이 형성된 마우스에 이 항암제를 주입하여 암조직에 축적되는 것을 형광현미경으로 확인하였다. 표적고분자 항암제가 높은 항암효과를 나타내었으나 독성 및 임상시험은 추진하지 못하였다.

한만정 교수님은 대한화학회 고분자분과위원장, 한국 고분자학회장을 역임하셨고 1998년 이태규 학술상과 1999년 대한민국 과학기술상을 수상하셨다. 국내 고분자 화학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국제학술 교류에도 적극적인 활동을 하시어 1987년 한일고분자심포지움, 1988년 한중고분자심포지움, 1990년 한독고분자심포지움 개최에 앞장서셨고 특히 한독고분자심포지움은 한국과 독일에서 수년 간 교대로 개최되어 국내 고분자화학 연구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

교수님은 이미 많이 진행된 연구를 모방하기보다는 독창성 있는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셨고 제자들에게도 연구의 독창성을 특히 강조하셨다. 이러한 연구는 항상 실패의 위험을 안고 가게 마련인 데, 교수님은 항상 실패를 새로운 도전의 발판으로 삼는 연구에 대한 집념과 열정을 보여주셨다. 또한 연구에 관한 한 열악한 환경이나 불리한 외부여건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항상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하여 노력하셨다. 정년퇴임하신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화학에 대해 큰 애정을 갖고 계신 교수님께서 앞으로도 건강하시어 왕성한 활동을 하시기를 기원한다. 평소 앞서가는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교수님의 뜻에 따라 매년 대한화학회춘계총회에서는 국내의 화학 관련 분야에서 연구업적이 탁월한 화학자에게 ‘한만정 학술상’을 시상하고 있다.


글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명예교수 장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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